기억 왜곡 현상
- 김소
- 2015년 10월 18일
- 2분 분량
인간의 기억은 완전하지 못하다.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조금씩 가지고는 있지만 그것을 매우 상세하고 연속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끔 잘못되거나 조작된 기억을 가지고 있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억조작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이에 관한 한 실험이 있다. 그 실험은 로프터스가 한 기억조작에 관한 실험이었는데, 먼저 실험자를 A, B 두 그룹으로 나누고 두 그룹 모두에게 자동차 사고가 나는 장면이 들어있는 영화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A 그룹에게만 ‘아이들이 스쿨버스에 올라타는 걸 보았죠?’ 라는 유도 질문을 했다. 여기서 실제로 영화에는 스쿨버스는 등장하지 않지만 A 그룹의 기억을 조작하기 위해 질문을 던진 것이다. 며칠 뒤, A, B 그룹 모두에게 ‘영화에서 스쿨버스를 보았나요?’ 라는 질문을 하자 A 그룹이 B 그룹보다 3~4배 이상이나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것은 유도질문으로 인해 A 그룹의 기억이 왜곡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과 같은 기억조작 실험에는 흥미로운 특징들이 있었다. 첫째 사건의 핵심을 왜곡하면 기억조작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간은 어떤 사건에 대해서 기억하게 되면 대부분 본질과 핵심을 기억하게 된다. 그러므로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본질자체를 왜곡하기는 쉽지 않다. 둘째, 그 사건에 관해 특정한 동기가 있을 때 더 자세하게 기억하게 된다. 예를 들어 로프터스의 실험에서 A 그룹에 교통 경찰이나 보험사 직원이 속해 있었으면 그들은 영화 내용을 더 자세하게 기억하여 유도질문에 의해 기억이 잘 왜곡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특정한 사건이나 상황을 만날 때, 우리가 경험한 것들은 간단하게 이런 과정을 거쳐서 기억으로 남는다.

이러한 기억을 하게 만드는 것은 두뇌의 신경 세포들이다. 어떤 경험을 하면 신경세포들끼리 신호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신경세포의 사이의 연결망이 발달하게 된다. 이 회로망은 자꾸 쓰면(회상의 과정을 많이 거치면) 더 튼튼히 연결되고, 잘 안쓰면 쇠퇴하게 된다. 이 회로망이 잘 보존되면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고 약해지면 혼란이 생기거나 기억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기억을 하는 과정에서 뇌는 종종 다른 정보와 추론의 영향을 받는다. 위의 로프터스의 실험에서는 A 그룹에게 유도질문을 한 것이 다른 정보의 영향을 받은 상황이 된다. 이를 뇌의 구성적 특성이라고 한다. 또한, 왜곡된 기억을 할때에는 그림과 같이 뇌파도 달라진다고 한다. 실험에서 못 본 것을 봤다고 판단한 사람의 뇌파는 본 것을 봤다고 판단한 사람보다 ‘P300'이라는 뇌파 성분이 약간 빨리 발생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두뇌의 어떠한 부분이 기억왜곡에 연관이 있는지는 뇌의 구조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억은 법정에서 목격자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큰 영향을 미칠 때가 많은데, 이러한 상황들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어서 뇌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서 기억 왜곡에 관한 궁금증을 많이 풀어주는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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